영역인간_ 정진
그 가정의 구성원들
(사실이기도 허구이기도 한, 소설 속 인물들)을 연구하면서,
삶의 행태(行態)가 마치 야생동물들처럼,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.
산 속에는 호랑이가 다니는 길이 따로, 토끼가 다니는 길이 따로이 있다고 한다.
한 가정의 물리적 영역에서도,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서적 영역에서도,
구성원들은 마치 정해진 길만을 다니는 듯 보였다.
자라면서 우리는 각자의 사회적 영역을 확보하지만,
다시금 그 파란 대문을 열어 그들만의 숲 속에 발을 들이는 순간,
어려서부터 각인된, 각자의 길끝에 들어앉아 뱀처럼 똬리를 튼다.